23일 새벽의 페이스북 화면캡쳐.
23일 새벽의 페이스북 화면캡쳐.


만필자는 전두환 시대 대학을 다닌 이른바 586 세대다.

그 시절 상상했던 30년 후의 대한민국 정치는 이렇지 않았다. 워낙 5공의 철권통치가 막강해보였다. 아마도 전두환이 일해재단 이사장 겸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으로 실질적인 통치를 계속하고 명목상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정해진 임기 따라 바뀌는 나라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다.

김영삼-김대중 두 민주지도자에 대한 기대가 꽤 컸지만, 전투경찰 1개 소대만 나타나도 이들은 꼼짝없이 가택연금을 못 벗어나던 시절이었다. 조금 세상이 나아져서 마구 사람을 죽이는 폭압통치만 조금 개선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있었다.

그랬던 이 나라에 민주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정말 아무도 예상 못한 시점에 성큼 다가왔다. 1987년 6월 시민혁명으로 군사독재를 종식시키던 그 순간에도 사람들은 완벽한 민주주의가 도래했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전 세계 웬만한 국가와 비교해도 최상위 10~20위권은 거뜬히 들어갈 수준이 됐다.

그 결과로, 현재는 국민 누구나 자기 인생의 50%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통령이 통치하고 나머지 50%는 싫어하는 대통령이 다스리는 나라가 됐다.

길게 내다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이런 삶을 살게 됐다.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지금 한국 정치를 이끌어가는 양대 정당은 반씩 나누어서 이 나라를 통치하리라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내가 싫어하는 정당이라도, 이 나라 국민 가운데 30% 이상이나 되는 막대한 숫자의 사람들이 그 정당을 좋아한다.

5공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민주주의가 만개한 세상인 것이다.

그런데 전두환 시절도 살아봤던 사람들 가운데 몇몇 사람은 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오히려 그때보다도 더 극심해졌다.

아마도 이 사람들이 페이스북 같은 데서 정치에 과몰입해 자꾸 감정을 증폭시키는 언행을 거듭하다 그리됐을 것이다.

선거 때가 되면 특히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에 점잖던 사람들의 정치 토설이 늘어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한 한국에서 사람들이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누가 봐도 너무 심하게 정치에 몰입해 있다.

그래서 내뱉는 말들은 갈수록 건전한 시민의 상식에서 멀어지는 것들이 늘어난다.

선거가 멀쩡한 사람들을 이렇게 돌변시키는 것이다.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사회관계망의 지나친 정치질이 그 나름대로 역풍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전의 인터넷과 다른 점이다.

인터넷 공간은 찾아오는 사람들부터가 특정 목적의 글들을 보려고 오는 것이다.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군가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곳이다.

사회관계망은 이와 다르다. 정치, 경제, 또는 예술 같은 정해진 주제를 찾아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산책길에 이웃을 만나듯, 내 친구들과 온라인 공간을 함께 하고 싶어서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정당의 대변인도 감히 하지 못할 폭언을 내뱉고 있는 친구의 모습은 참 많이 불편한 것이 누구나 솔직한 심정이다.

걱정스러운데 어떻게 말릴 방법도 없다. 공연히 말리다가 오히려 저쪽 정당의 극렬지지자로 매도될 수 있다. 그저 애써 외면하면서 이 친구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선거에 나온 누구를 찬양하든, 폭언을 퍼붓든 민주주의가 잘 되고 있는 한국의 선거는 이번에 여기가 이기면 다음에는 저기가 이기게 돼 있다.

우리 생업도 아닌 정치 때문에 우리들 품격을 떨어뜨리는 한마디 한마디는 정말 올리기 전에 세 번 생각해보고 올린 뒤에 두 번 더 생각해봐서 다섯 번째 가서 지울 일이다. 그런 얘기를 퍼부을 때 통쾌한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런 통쾌함은 올려놓고 네 번을 다시 생각하는 동안에 다 지워지는 법이니 다섯 번째 가서 지워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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